철강뉴스

철근, 유통에 던져진 승부수 ´할인축소´

관리자 0 6,777 2014.07.23 19:04

- 제강사 \"3분기, 6월 마감價로 동결 적용\"
- 절박함의 평가 7월 마감에 시선집중


 


 


유통시세 정상화 ‘필연적 숙제’
수익성 확보가 절박해진 제강사들의 시선이 유통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수익성의 회복과 당장 발등의 불이 된 3분기 인하폭을 만회할 곳이 유통시장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제부터는 제강사 출고가격 68만5,000원과 유통 최저가 사이의 격차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수익확보의 관건이 될 수 있다.

제강사가 유통시세 정상화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번 철근 가격협상에서 건자회 측은 제강사 출고가격과 유통시세의 비정상적인 격차를 집중공략 했다. 유통시세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매입가격을 더 이상 인정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에, 건자회는 “제강사 출고가격을 유통시세 수준으로 낮추든지, 유통시세를 출고가격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요구로 제강사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철근 출고가-유통가의 격차는 앞으로의 가격협상에서도 매번 제강사의 발목을 잡는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어떻게든 풀고 가야 하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乙’의 용단 ‘유통할인 축소’
요즘 시대를 구분지는 갑(甲)과 을(乙)의 개념으로 나누자면, 제강사들은 갑처럼 보이는 ‘을’의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유통업체는 을처럼 보이는 ‘갑’, 최종 수요처인 건설사는 ‘Super 갑’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그동안 철근 유통시장의 거래구조에서 유통점들은 사실상 원하는 가격대로 철근을 팔아 왔다. 득실을 따지기 힘든 저가경쟁이 마음불편한 일이지만, 통상적인 유통할인폭을 넘어선 거래 손실까지 제강사들이 보전해줬기 때문이다. 제강사들은 좋든 싫든 유통점과 건설사 모두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결과적인 을의 위치에 놓인 셈이다.

흐름을 정리하면, 제강사는 유통점에 끌려가고 대형유통점은 중소건설사나 재유통시장에 끌려가는 거래구조다. 여기에는 판매량 확보 부담과 결제조건(현금)의 유혹 등 보이지 않는 경쟁과 생존의 압박이 개입돼 있다.

제강사들의 유통할인 축소를 ‘을의 용단’이라 표현한 이유가 있다. 그럴만한 속사정이 더 있기 때문이다. 유통시장은 제강사들이 손에 쥐고 흔들 수 없을 만큼 존재감이 커졌다. 제강업계는 철근 판매에서 유통과 건설사 평균비율(관수제외)을 7(유통):3(건설) 정도로 보고 있다. 제강사마다 편차가 있지만 대다수 제강사의 유통판매 비중은 건설사 직거래 비중을 크게 넘어서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통시장은 제강사들의 철근 판매실적을 결정짓다시피 하는 승부처가 되고 있다. 제강사 모두가 할인축소를 통한 유통시세 정상화와 수익개선을 통감하면서도 속앓이를 해왔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가 제강사를 乙로 만들었나?
유통할인 확대와 유통시장을 갑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다름 아닌 제강사다. 그 출발은 제강사들의 공급능력 확대 경쟁으로 볼 수 있다. 심각한 공급과잉에 놓인 철근 제강사들이 물량 중심 영업전략의 실현을 위해 유통점들의 무분별한 저가경쟁을 묵인했다. 심지어는 할인폭 확대와 거래손실 보전 등을 통해 저가판매를 지원했다는 지적을 부인하기 힘들다. IMF에 이은 리먼 사태 등 국내외 경제침체와 건설사 줄도산으로 커진 수요 불안감이 경쟁적인 할인판매를 확대시켰다.

유통판매 비중의 증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악재가 잇따르면서 제강사들은 부실해진 (중소)건설사들에 대한 거래를 유통시장으로 밀어냈다. 이러한 거래흐름에서 유통점들의 규모와 영업력, 자금력 등의 성장이 이뤄졌고 제강사의 입장은 ‘관리’ 보다 ‘의존’의 개념으로 바뀌게 됐다. 건설 붐 시절 물량(철근)확보를 위해 제강사에 일편단심으로 충성하던 유통점들은 옛말이다. 이제는 유통점들이 공급처를 다각화하며 제강사들을 경쟁시키는 드러나지 않은 갑의 위치에 오르게 됐다.

책임감 있는 실행의지 또 한번 시험대
판매량과 이익,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제강사 입장에서 철근 유통시장 정상화는 숙명의 딜레마다. 하지만 점점 더 분명해지는 것은 앞으로 제강사들의 유통정책이 수익성은 물론 철근시장의 판도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3분기 철근 가격타결 이후 제강사들은 한 가지 걱정에 입을 모았다. 현재의 상황에서 2만5,000원의 인하폭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적자를 면할 제강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최후의 보루가 될 유통시장에 대해 최소 3분기 인하폭 만큼의 할인축소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제강사들의 절박함은 곧바로 실행으로 옮겨졌다. 3분기(7~9월) 유통판매에 대해 6월 마감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의 할인축소를 단행하겠다는 것. 발표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의도가 엿보인다. 가격인하 이전의 마감가격을 유지해 최소 2만5,000원 이상의 할인축소를 실행하겠다는 것과 유통가격을 제강사 출고가격처럼 분기단위로 안정화시키겠다는 의지다.

유통할인 축소는 제강사들의 수익성은 물론 철근 시장의 거래질서를 바로잡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동시에 유통할인 축소에 대한 제강사들의 진심이 어느 때 보다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수차례 공수표를 날렸던 제강사들의 유통할인 축소가 얼마만큼 신뢰를 얻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다. 여기에는 판매경쟁의 압박을 뛰어넘는 제강사의 일관된 입장과 보다 현실적인 실행방안이 유통시장의 반응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절박한 유통할인 축소에 대한 진심의 깊이는 7월 마감이 완료되는 내달 10일을 전후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기사입력: 2014-07-23 06:02  l  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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